각주 37
목차

이름마저 지운 채,
끝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하이의 조선인

1945년, 해방이 왔다. 그러나 상하이의 한 조선인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가담한 작전은 어긋나 무고한 사람이 죽었고, 그는 작전도, 동지도, 자기 이름까지 스스로 지웠다. 돌아갈 길이 막힌 채, 그는 이방의 도시에서 홀로 늙어 죽었다.

칠십 년 뒤, 서른하나의 태준은 친구를 따라간 상하이의 오래된 골목에서 흑백 사진 한 장을 줍는다. 뒷면에 적힌 세 글자, 박성재. 중국 학자의 논문 각주 37번에 “행적 미상, 추가 연구 필요”로만 남은 이름.

가해자의 후손과 피해자의 후손이 그 한 줄을 함께 더듬어 가는 동안, 역사의 본문에서 지워졌던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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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朴成材). 1910년 출생 추정, 사망 시점 미상. 임시정부의 상하이 이탈 이후에도 잔류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 내부 연락 기록에 이름이 드물게 나타나나 공식 독립운동가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음. 1943년 상하이 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며, 이후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음. 자료가 부족하여 추가 연구가 필요함.

한 사람의 생애가 한 줄로 줄어 있었다.
그 한 줄을, 칠십 년 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목차 · 스물여덟 개의 장

  1. 01서른하나현재
  2. 02출발현재
  3. 03상하이 첫날현재
  4. 04회색빛 건물현재
  5. 05웨이린현재
  6. 06골목 안쪽현재
  7. 07닮은 얼굴현재
  8. 08찾을 수 없는 이름현재
  9. 091943년 9월, 상하이과거
  10. 101943년 10월, 보내지 못한 편지과거
  11. 11기록에 없는현재
  12. 12어머니현재
  13. 13상자를 다시 열다현재
  14. 14할머니현재
  15. 15이중 바닥현재
  16. 161943년 10월 14일, 폭발과거
  17. 17아카이브현재
  18. 181944년 1월, 개인적 원한과거
  19. 19각주 37현재
  20. 201945년 8월, 해방과거
  21. 21아침현재
  22. 22만국공묘현재
  23. 231950년 여름, 이름과거
  24. 24지우지 못한 것현재
  25. 25갈등현재
  26. 26한국현재
  27. 27같은 날현재
  28. 28다시 상하이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