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저 지운 채,
끝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하이의 조선인
1945년, 해방이 왔다. 그러나 상하이의 한 조선인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가담한 작전은 어긋나 무고한 사람이 죽었고, 그는 작전도, 동지도, 자기 이름까지 스스로 지웠다. 돌아갈 길이 막힌 채, 그는 이방의 도시에서 홀로 늙어 죽었다.
칠십 년 뒤, 서른하나의 태준은 친구를 따라간 상하이의 오래된 골목에서 흑백 사진 한 장을 줍는다. 뒷면에 적힌 세 글자, 박성재. 중국 학자의 논문 각주 37번에 “행적 미상, 추가 연구 필요”로만 남은 이름.
가해자의 후손과 피해자의 후손이 그 한 줄을 함께 더듬어 가는 동안, 역사의 본문에서 지워졌던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한 사람의 생애가 한 줄로 줄어 있었다.
그 한 줄을, 칠십 년 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다.